빨간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가을입니다.
오래전 이때쯤에 저는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묵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직 KTX가 없던 시절 새마을호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기에 차라리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고 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정차했던 역을 지나게 되었고,
비어 있던 내 뒷자리에도 중년 부부가 앉더니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나뭇잎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너무 예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 놓은 것 같아.
가서 직접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할 것 같은데..."

그런데 부부 중 남편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조용히 들리기만 했습니다.

"저 산에는 아직 단풍이 잔뜩 남아 있는데
산 전체가 빨간 것이 아주 멋지네."

쉴 새 없이 떠드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궁금한 마음에 뒷자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온몸이 찌릿한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뒷좌석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50대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였습니다.
마치 실제로 보기라도 한다는 듯
입가엔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은
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결핍에서 나옵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데
자신이 남들보다 갖지 못한 것, 모자란 것 때문에
힘겨워하고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사람들이 겪는 결핍은
반드시 보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명언
어떤 이들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행복을 만들어내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떠날 때마다 행복을 만들어낸다.
- 오스카 와일드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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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시골길 허름한 버스정류장에는
한 번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그런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 앞에 군인이 손을 흔들고 서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도 아닌데 버스 기사는 흔쾌히
버스를 세워 군인을 태웠고 승객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질 대로 달궈져
찜통 같은 버스가 다시 출발해야 하는데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더위에 슬슬 짜증이 난 승객들은
버스 기사에게 출발하자고 재촉했지만
버스 기사는 "저기..." 하며
눈으로 창밖을 가리켰습니다.

모두가 버스 기사의 눈을 따라 시선을 옮겼는데,
여인 한 명이 버스를 향해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여인은 어린 아기를 업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뛰어오는데, 버스가 출발하면
얼마나 허망할까 하는 생각에 승객들은 여인을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그 시절 버스에서
땀을 흘리는 승객들은 손부채를 흔들면서
아무 불평 없이 여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길 몇 분 후, 여인이 도착했는데
여인은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 창문만
물끄러미 계속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타라고 말했지만, 여인은
버스를 타지 않고 창문을 통해 먼저 탄
군인에게 말했습니다.

"가족 걱정하지 말고 몸성히
잘 다녀오세요."

아쉬움과 사랑스러움이 듬뿍 담긴
여인의 말에 군인도 답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힘들게 여기까지 왜 왔나.
걱정하지 말고 내 건강히 잘 다녀올게."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아무도 불평도 짜증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유쾌한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르고 더 편해져 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버스에는 언제나
에어컨이 켜져 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버스의 에어컨이 켜지지 않거나
출발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허허 웃으며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적은 세상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해도 가끔은 사람들 간의
정으로 움직이는 무언가가 그리울 때가
더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오늘의 명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 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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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임원진들은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좋은 사업계획들을 많이 시행하였지만
결과는 항상 신통치 않았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임원진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살펴보니 계획된 것에 비해 상품들의
생산량이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한 생산량에
임원진들은 직접 생산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근무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어둡고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었으며
현장을 관리하는 간부는 그런 직원에게
그냥 호통만 치고 있었습니다.

임원진이 현장 간부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직원들에게 호통 대신에
칭찬해 본 적이 있습니까?"

현장 간부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칭찬할 일이 있어야 칭찬을 하지요.
아무리 말을 해도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니
저도 답답해서 죽겠습니다."

임원진들은 드디어 원인을 알았습니다.
매일같이 혼나기만 한 직원들은 눈치만 보느라
업무의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버려 두었다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목표량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솝우화 태양과 북풍에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갑게 휘몰아치는 북풍이 아니라
따뜻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햇살이었습니다.

한 번 해보시면 칭찬은 어렵지 않습니다.
'잘했어요, 멋집니다, 좋습니다'라고
지금 말해 보세요.


# 오늘의 명언
일주일에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따로 빼서
다른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달력에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으로 적어 놓으라.
- 켄 블랜차드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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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남태령 비닐하우스 마을에
따뜻한 김밥 릴레이 캠페인을 위해
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찾아온
연인들, 친구들까지 6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앞치마와 위생장갑을 착용한 봉사자들!
자, 이제 다 함께 김밥을 만들어볼까요?
처음엔 서툴렀지만, 점차 손발이 척척
맞아가는 봉사자들!

정성껏 김밥을 만들어 포장까지 해냅니다.
이렇게 완성된 김밥은 무려 800줄!

김밥은 남태령 비닐하우스 마을의 어르신들과
영등포 쪽방촌, 서울역 노숙인 재활 센터에
계시는 분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10월 19일 인천 쪽방촌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 30명과 교사 10명이 모여서
김밥과 유부초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0월 23일, 영등포 쪽방촌에서도
아세아시멘트 직원들이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일 업무 시간을 쪼개서 모여
김밥을 전달했는데요.

10월 한 달간 다양한 곳에서 1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진행된 김밥 나눔 캠페인.
완성된 김밥과 주먹밥을 맛보는 봉사자들은
환상적인 맛에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제가 만든 거지만 너무 맛있어요!"
"어르신들 입맛에도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정성껏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세요!"

10월에만 1,400개가 넘는 김밥과 주먹밥을 완성해
우리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했습니다.
맛있는 나눔을 통해 독거 어르신, 노숙인,
쪽방촌 이웃들의 얼굴에 맛있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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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교육운동가 채규철(1937∼2006) 선생님은,
천막 교회 한 귀퉁이에서 새우잠을 자며
공부하여 대학을 갔습니다.

덴마크와 인도에서 유학을 마치고 선택한 길은
주어진 환경이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고등 공민학교에서 보리쌀, 채소,
과일들을 교육비로 받으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31세의 청년 때 일이었습니다.

다른 영아원에 페인트칠 봉사를 하기 위해
자동차에 페인트와 시너를 잔뜩 싣고 가던 중
사고가 났고 선생님이 탄 자동차는 불이나
거세게 타올랐습니다.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27번의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선생님의 모습은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마치 녹아내려 버린 듯한 선생님의 모습에
사랑하는 학생들마저 혼비백산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의 길을 걷고 있던 선생님에게
이 일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모진 고통 속에서 좌절하고 있던 그에게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주고 삶의 용기를 준
책이 있었습니다.

헬렌 켈러의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피운 그녀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선생님은 병상에서 일어서자마자
사고 전부터 해오던 청십자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간질환자 진료사업 모임인 '장미회' 등
한없는 비관이 밀려올 때면 오히려 새로운
일들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1986년 마음 맞는 친구 몇몇과
경기도 가평에 천막 하나 달랑 치고
'두밀리 자연학교'를 열었습니다.

학교에는 분필 가루가 날리지도 않았고,
회초리도 없었습니다.
숲이 운동장이고, 들판의 풀들이
살아 있는 생물 교과서였습니다.
밤하늘 가득 수놓은 별들이
과학 선생님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아픔조차도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진심과 노력을 통해 학생들은 선생님의
일그러진 외모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선생님을
'ET 할아버지'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스스럼없이 따르고 존경하였습니다.

진정으로 고귀한 마음과 정신은
아무리 흉한 모습에 감춰져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귀한 것입니다.

채규철 선생님이 가진 불굴의 정신
그리고 세상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이것이 있다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찬란히 빛날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인생의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 채규철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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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36년, 20살인 알렉산더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마케도니아를 세계 제일의 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거칠 것이 없었고, 세상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치가, 학자, 예술가들이 하루가 멀다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문안 인사를 하러 왔는데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만 문안 인사를 오지 않는 것이었다.
신하에게 디오게네스가 찾아오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제가 듣기로 그는 사치스럽고 욕심 많은 사람을 비판하면서
큰 물통 속에서 두더지 같이 지낸다고 합니다."

신하를 시켜 디오게네스를 데려오게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알렉산더 대왕이 직접 그를 찾아갔다.
그리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디오게네스에게 말했다.

"당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 보시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딱 한 가지 청이 있다면,
대왕께서 그 자리에서 비켜주시는 것입니다.
대왕께서 거기에 계시니 그늘이 지는군요.
나에게는 지금 금싸라기 같은
저 햇볕이 제일 중요할 뿐입니다."

알렉산더는 부귀영화보다
당장에 필요한 햇빛이 더 중요하다는 디오게네스를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알렉산더 대왕은 죽을 때 관에 구멍을 내어
자신의 손을 밖으로 내보였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결국 빈손으로 떠난다는 교훈이었다.

==========================================

돈 정말 중요합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힘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권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권력이 있으면 세상을 호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갖고자 애를 씁니다.
그러나 돈을 손에 넣은 사람은
매일 그 돈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가고,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권력의 달콤함은 더합니다.
세상을 호령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권력 앞에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은 마주치기보다 피하기 시작합니다.

채우려고만 하면 넘칠 것입니다.
비워야만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도 돈도 채우지 말고 비우려 한다면
세상의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 법정 스님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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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한 여성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당장 달려가지 않으면
임종도 지키지 못할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여성은 배가 부른 임산부였습니다.

설상가상 남편은 출장으로 집을 비웠고,
여성은 세 살 딸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친정으로 향하는 기차의
좌석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바닥에라도 앉아 가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입석으로 기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콩나물시루 같은 기차 안은
바닥에 앉을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칭얼거리기 시작한 어린 딸과 점점 힘들어지는
무거운 몸에 어쩔 줄 모르던 여성에게
한 군인이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바닥에 앉아있던 군인이 선뜻 일어나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군인의 배려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마 뱃속에 예쁜 동생이 있으니
더 예쁜 공주는 삼촌 무릎에
앉아갈까?"

군인은 어린 딸까지 보살펴 주며,
그녀가 도착지까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군인은 원래 자신의 좌석을
다른 노인분에게 양보하고 본인은
바닥에 앉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여성은 덕분에 무사히 친정에 도착했고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그 친절을 기억하는 딸이
장래에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말에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 여성은 인터넷에
그 사연을 올리고 감사와 함께
그 군인을 수소문했습니다.

놀랍게도 몇몇 분들의 도움으로 그 군인을
찾을 수 있었지만 당시 그 군인은
다른 사람들도 그때의 나처럼 그랬을 거라 전하며
감사의 마음 이외에 다른 답례는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곤란한 사람에게 잠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것은
어려운 일도 위험한 일도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당신같이 따뜻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람이 일생을 바친 뒤에 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뿌린 것이다.
- 제라드 핸드리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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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비의 양은 내리는 것보다 훨씬 많게 느껴진다.
밤 11시 이은자씨가 운전하는 4.5t 트럭이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여주 부근을 달린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여자 트럭운전사.
이씨는 몸이 작아서 트럭운전을 한다기보다 트럭 운전대에 매달려 가는 것 같다.
트럭이 차선을 바꾸자 운전석 뒤편에 링거 팩이 흔들거린다.

무슨 사연일까?

렌터카, 택시, 버스, 안 해본 운전이 없는
경력 35년 베테랑 운전사인 남편 심원섭씨.
1995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뇌졸중이 나아질 무렵 다시 6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고,
신장병까지 겹쳤다.

아픈 몸을 이끌고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남편 옆에서
수발을 들던 이씨는 2004년 아예 운전을 배웠다.
몸이 아픈 남편을 위해 잠시라도 교대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트럭 뒤편에는 남편 심원섭씨가 누워서 복막 투석을 하고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트럭 속에서 투석은 30분 만에 끝났다.
하루 네 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투석을 해야 한다.
투석을 마치자 남편 심씨가 코를 골며 잠든다.

"시끄럽지요? 하지만 저 소리가 나한테는 생명의 소리여요"
가끔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손을 뒤로 뻗어 남편의 손을 만져본다.
온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남편의 손.
곤하게 잠든 남편이 고마울 뿐이다.

부부는 일주일에 세 번씩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다.
수도권 지역 공단에서 짐을 받아 부산 지역에 내려놓고,
부산에서 짐을 받아 서울로 가져온다.
원래는 남편이 혼자서 하던 일.
트럭이 안산공단에 들어서자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좁고 복잡한 시내 길은 남편 심씨가,
고속도로 같이 쉬운 길은 아내 이씨가 운전을 한다.
낮에는 지방에서 전날 밤 싣고 온 짐을
안산 반월공단 공장을 돌며 내려놓는다.

해 질 녘이 되면 쉬지도 않고 지방으로 가져갈 물건을 싣는다.
저녁 7시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집에 눈 붙이러 잠시 들렀다.
남편은 집까지 걸어가기 힘들다며 그냥 차 안에서 쉬겠다고 한다.

아내만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이틀 만에 돌아온 집은 온통 빨랫감과 설거짓감으로 발 디딜 틈도 없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막내아들 뒤치다꺼리도 이씨 몫이다.
집 안 청소를 마친 이씨는 무너지듯 쓰러진다.

밤 10시, 정말 짧은 단잠을 자고 돌아온 아내에게
남편은 무뚝뚝하게 한 마디 던진다.

"좀 쉬었어?"
제대로 쉬지 못한 것도 잘 알지만,
미안함에 쑥스러워 한 마디 던진 것이다.
아내는 잘 안다. 남편이 얼마나 미안해하고 있는지..
아내는 별말 없이 트럭에 시동을 건다.

밤 12시, 뒤에 있던 남편이 눈을 뜨며 라면이라도 먹고 가자고 한다.
충북 괴산휴게소에 차를 세워놓고 아내가 라면을 끓인다.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 특유의 입맛 때문에
남편은 아내가 끓인 라면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

부부는 먼 여정을 떠나기 전,
트럭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떠나기로 한다.
남편이 운전석 뒤편 남은 공간에 눕는다.
아내는 운전석에 나무 합판을 깐 뒤 잠을 청한다.

"이렇게라도 함께 잘 수 있어 좋습니다.
꼭 신혼 단칸방 같지 않나요?”
남편 심씨가 애써 웃는다.

새벽 4시 캄캄한 어둠을 가르고 트럭은
다시 목적지를 향해 행복한 여정을 떠난다.

"피곤해도 자동차 타고 여행 다니는 심정으로 일하지 뭐!
일 때문에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남편과 아내가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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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먼 미래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배와 같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등대가 되어주고, 돛도 되어주며 그렇게 의지하며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 생텍쥐페리 -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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