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손자가 생겼다니
정말 세월은 화살보다 빠르구나.

엄마 없는 결혼식이라
신부인 네가 더 걱정스럽고 애가 타서 잠 못 이뤘을 것이다.
네 손에 들려 있던 화사한 부케가
너의 마음처럼 바르르 떨리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결혼식 끝나고도 이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그곳에 남아 서성거렸단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붉어진 네 눈자위가 그만 아비의 울음보를 터뜨렸지.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 당숙의 손에 이끌려
겨우겨우 나왔단다.

큰애야.
편지 한 장 쓰지 않고 지내다가 손자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받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마음이야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시어른이 계시니 전화하기도 불편하고
아비 마음 전하기도 쉽지 않다.
친정엄마가 있었으면 내 속이 이리 어렵진 않았을 텐데
못난 아비가 한없이 한심스럽다.

읍내 장에 나가 참깨를 팔아서 금은방에 들렀다.
손주 녀석 은수저 한 벌을 고르고 그릇도 한 벌 사 왔다.
건강하게 잘 크라는 외할아버지 마음까지
한 바구니 담아 백일쯤에 전 해주려 하는구나.
이다음 손주 녀석이 크면 외할아버지 사랑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아이가 건강하다니 무엇보다 큰 다행이구나.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모양인데
이 세상에서 부모 되는 일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고 들었다.
행여라도 네 엄마가 생각나서 그런 거라면
아비 편지 받고 곧 잊어라.
귀여운 여린 것 봐서라도
네가 건강한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거 알고 있겠지?

슬프고 안타까운 네 속을 아비는 안다.
너그럽게 마음 가다듬고 좋은 생각만 하여라.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해 가리라 믿고 있겠다.

시어른들 잘 받들고
남편 잘 섬기고
아이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날마다 기도한단다.
아비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노인정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쉬엄쉬엄 농사일도 하고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몸 추슬러 잘 살아라.

큰애야.
나는 너를 믿는다. 곱게 살 거라.

- 내 인생의 편지 한 장 中 '아버지가 보낸다' -

=============================================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님은 가장 착한 거짓말쟁이입니다.


# 오늘의 명언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이다.
- 레프 톨스토이 -

출처 : 따듯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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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오늘도 달린다.
등 뒤에 딸의 온기만으로도 아버지의 아침은 행복하기만 하다.

그렇게 딸은 매일 아침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고,
무쇠라도 버티기 힘든 작업을 쉬지 않고 매일 한다.
쉬는 날은 돈을 벌지 못하는 날이기에 하루도 쉬지 않고 한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일용직 공사장 인부입니다.




내 자식은 절대 나와 같은 삶을 살게 하지 않으리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고, 또 되뇐다.
책상에 앉아 몸이 편한 일을 하게 되길,
아버지와는 반대의 인생을 살게 되길..

아버지는 오늘도 빌고 또 빕니다.

딸은 오늘도 책상과 한몸이다.
1분 1초가 아깝다.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등생 딸은 아버지가 어떻게 뒷바라지를 해주는지 잘 알기에
일찍 철이 들어버렸습니다.

공부가 즐겁다. 목표가 확실하니 망설임도 없다.

딸의 꿈은 베이징대학교에 입학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입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학생에 걸맞게 딸의 성적은 언제나 전교 1등이다.

딸에게 베이징대학교는 매일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딸의 시험날, 아버지는 퇴근을 서두른다.
시험 보느라 힘들었을 딸을 편하게 하교시켜주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당신의 일 힘든 건 생각 안 하고 딸 힘든 것만 생각납니다.

시험을 끝내고 걸어 나오는 딸.
아버지를 본 딸이 표정이 밝다.

딸은 이번 시험에서도 아버지를 기쁘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딸을 본 아버지.
성큼성큼 다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딸에게 모자를 씌워준다.

정작 자신의 얼굴과 손은 새까맣게 타 있습니다.

"제 머리 위에는 천장이 있어 햇볕을 막아주고,
또 아래에는 의자가 있어 저를 편안하게 해줘요.
아버지는 머리 위 천장도 엉덩이 아래 의자도 없이 일해요.
열심히 공부해 부모님의 노력에 보답할 수 있는 성인이 될 거에요."

 

출처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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